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급변하는 세계 질서를 기반으로 북한을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장은 대통령이 바뀌어도 미국의 현재 기조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결국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원장은 4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동북아공동체ICT포럼 제82차 조찬간담회에서 “북한은 세계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가”라며 “김정은이 북한의 경제성장을 이끌고 싶어하지만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고 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 북한은 경제적인 이유 등을 포함해 결국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현재 세계의 구도를 '신냉전'으로 분석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박 원장은 “냉전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소련 중심의 독립된 경제권”이라며 “중국을 빼고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더라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선택지는 사실상 결정돼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박 원장은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 종식과 다극 체제로의 변화로 이어지다가 이제는 중국이 정점(China peak)을 찍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이 쇠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학계에서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중국과 다 잘 지내야 하지만, 만약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다면 중국 정점론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준 시사점도 언급했다. 박 원장은 “북·중·러 관계는 역사적으로 보면 서로를 절대로 믿지 않는다. 현재 이들은 미국이라는 공통의 적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편의에 의한 결합(Marriage of Convenience)”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을 다루는 미국의 방식에도 변화가 있다는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은 맞춤형·소규모·의제별 협의체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 속에서 미국은 한국이 두 가지 선택지 중에 골라야 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거칠게 말하면 동맹줄 세우기”라면서도 “미국은 중국을 완전히 봉쇄하거나 배제할 생각은 없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두고는 미국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원장은 “자체 역량 강화, 미국 경쟁력을 위한 투자·혁신, 민주주의 복원이 IRA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지배하는 핵심 물품과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급격한 탈동조와 부과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